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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창사이래 최악 위기

기사승인 2019.03.23  17: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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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에 크고 작은 일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정치권 등 회사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얼마 전 발생한 한 직원의 사망 사고에 대한 산재 은폐 의혹이 기폭제가 됐다.

여기에다 잘 나갔던 임원이 경쟁사로 이적하는 등 포스코로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회사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잖은 시민들은 포스코의 안전 불감증과 기강 해이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잖게 경영진이 물갈이되는 등 지금껏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외형적으로는 초대형 태풍급으로 비추어졌을지 몰라도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잔잔한 미풍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됐다. 소나기는 잠시 비를 뿌릴 뿐 오래 지속 되지 않는 것처럼.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다 보면 비는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해가 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게 다수 시민들의 평가다.

겉으로는 개인사(?)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취급될지 몰라도 내부적으로는 치명적이란 평가가 많다. 오늘날 포스코를 지탱해온 근간 자체가 흔들리고, 뿌리가 썩어들어 가고 있는 심각한 사태라는 게 오랫동안 포스코를 지켜봐 왔던 주변인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와해 됐던 노조가 30년 만에 부활하면서 회사 경영진을 고소하는 등 견제에 나섰고, 회사 측도 노조 간부를 해고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향후 포스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느 한 이름 없는(?) 노동자의 죽음

포스코 직원 김모(56)씨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인턴 직원을 교육하던 그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것.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고, 당시 고용노동부 등 관계당국은 현장 관련자 진술과 외상 등으로 미뤄 김씨가 사고로 숨진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무언가에 말려 들어간 듯 구겨진 채 찢어진 하의, 검은 기계 기름 때가 잔뜩 묻은 당시 고인이 입었던 작업복도 관계당국의 관계자들 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김씨의 복부에 난 멍자국도 이송 과정에서 발생한 흔한 상처 정도로만 여긴 듯했다.

 

◆뒤바뀐 정황

사건은 그렇게 묻혀 지나갈 뻔 했다. 소문처럼 사인이 단순 심장마비였고, 그래서 그렇게 장례를 치렀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유족들이 나서서 부검을 요청한 것. 부검 결과,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췌장 등 장기가 파열돼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것.

때문에 유족들은 회사 측이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에다 정치권까지 가세

사망원인이 바뀌자 사건은 확대 됐다. 시민단체에다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우선 포항지역 15개 시민 노동단체 등으로 이뤄진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이하 포바본)는 포스코의 사고 은폐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포바본은 최근 성명을 내고 “김씨 사망 당시 포스코 등은 정확한 조사도 하지 않고 지병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면서 “사내 직원의 (사건에 대한) 진술 번복 등 포스코가 사건의 진실을 축소하고 은폐한 정황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여기에 회사 노조도 함께 힘을 보탰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보도자료를 냈고, 추혜선 의원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가세했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북구 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최초 사고경위서에는 김모 직원의 사망원인을 심장마비로 지목했으나 유족이 요청한 부검결과 사망원인이 ‘장기 파열 등에 의한 과다출혈’로 판명돼 포스코 측의 책임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밝혀져야 할 8가지 의혹-최정우 회장이 밝혀야

김 씨의 사망을 둘러싼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과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달 국회 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산재 은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모두 8가지다.

▲달라진 사인

포스코가 사건 발생 당시 산재사고사가 아닌 지병에 의한 심장마비 돌연사로 발표했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부검 결과 장기파열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인이 달라졌지만 이에 대한 포스코의 해명이 없다.

 

▲인턴직원의 3차례 번복된 진술

인턴직원이 경찰에서 1차 진술 때는 모르겠다고 했고, 두 번째는 자기가 설비를 작동시켰다, 세 번째는 고인의 지시로 설비를 작동시켰다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이러한 말바꾸기가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번복된 사고 지점

1차 현장검증 때는 안전통로였으나 2차 현장검증 때는 12번 하역기 크레인 위로 바꿨다. 회사측이 지병에 의한 돌연사라는 결론에 맞추기 위해 사고지점을 임의로 지정한 건 아닌지 밝혀야 한다.

 

▲포스코와 노동부의 엇갈린 주장

포스코가 최초 사내 내부 통신망에 올린 포항지청감독관의 '산업재해 흔적 없다'는 내용에 감독관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누구 말이 진실일까?

 

▲경찰이 시신 인도 종용 의혹

경찰이 충격에 휩싸인 유족들에게 경찰서로 빨리 와서 조사를 받고 조사서에 날인해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며 진술을 종용하고 조사서에 서명할 것을 재촉하였음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라.

 

▲포스코가 비번인 동료를 불러 유족에게 사고를 통보하게 한 이유

포스코는 사고 직후 비번인 동료에게 연락을 해 공장으로 들어오도록 한 후 심정지로 인한 사망이라고 하고 이를 고인의 가족에게 알리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처럼 매우 비상식적으로 사고 소식을 알리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라.

 

▲사건 발생 1시간 이후에 회사 밖 119에 신고해 골든타임을 허비한 까닭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경북소방본부의 구급활동일지와 포스코가 작성한 직원사망(속보)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턴 사원이 사고자 최초 발견 시간은 오후 5시41분, 사내119요원들의 현장 도착 5시46분, 사외 119구급대원 도착 6시48분으로, 최초 발견시간과 119구급대원 도착까지 한 시간 이상 소요됐다.

결국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해버렸는데, 포스코는 1시간 사이에 무엇을 하였는지 밝혀라.

 

▲산업안전위 미보고에 부검 말리고 장례 종용 이유

포스코는 산재발생 시 노사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보고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반면, 장례식장을 찾은 회사 임원과 간부들은 유가족에게 부검을 하지 않도록 말리고 조기에 장례를 치룰 것을 종용하였음이 알려지고 있는데 이 이유를 밝혀라.

 

◆경찰과 노동지청 사건축소 의혹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경찰과 노동지청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봐주기 논란’도 일고 있다.

이정미 의원은 “이번 포스코 사망사고 처리과정에서 경찰은 사고당일 유가족에게 전화를 해 경찰서 방문조사와 조사서 서명을 재촉하는가 하면, 119구조센터는 활동일지 기록에 사고자에 대해 ‘질병’란에 표식함으로써 포스코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의심쩍은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도 “포항노동지청과 경찰은 포스코 편들기를 중단하고 초동수사 및 조사에 실패 한 정황을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또 “고용노동부 등이 산업재해 사고 발생률이 높은 살인기업 포스코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국회차원에서도 포스코, 경찰, 노동지청이 함께 은폐를 시도한 정황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 다문 지역 국회의원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는 정의당 소속 의원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정미 의원과 추혜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서를 통해 관계기관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등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펼쳤다.

이에 반해 포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박명재 의원이나 김정재 의원의 활동은 다소 뜸했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발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3일 본지가 두 국회의원 사무실로 전화를 해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 했으나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다.

김정재 의원 측은 아예 답이 없었고, 박명재 의원 측은 “수사 중이라서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한 시민은 “두 국회의원 입장에선 포스코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표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들이 진정한 포항시민의 대변자라면 이름 없는 소시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데 앞장서지는 못해도 공식 입장 표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3명 사망자 낸 부산 가스사고도 포스코 책임

이번 포스코 직원 사망 사건의 근원적 원인에는 무너진 기강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황화수소 가스가 누출돼 3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역시 폐수를 보낸 포스코 측의 안일한 폐수 처리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최근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포함된 강알칼리성 폐수를 업체 측에 의뢰하고도 사전에 유해성을 알리지 않은 혐의(폐기물관리물 위반)와 이로 인해 작업자 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포스코 연구소 환경담당과장 김 모(53) 씨와 연구원 한 모(50)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폐기물처리법에 따르면 유해 폐기물의 경우 성분을 정확히 폐수처리업체에 알려야 하지만, 김 씨 등은 철강 부식 실험에 사용한 황화수소를 중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7t가량 고농도의 폐수로 처리업체에 넘기면서 유해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폐수의 황화수소가 제대로 중화되지 않아 가스 누출을 촉발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28일 부산 사상구 의 한 폐수처리업체 폐수 집수조에서 황화수소 가스가 누출돼 작업장에 있던 직원 3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졌었다.

◆포스코의 공식입장

포스코측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지난 13일 포스코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으나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황이주 kga8316@hanmail.net

<저작권자 © 포커스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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