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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덕 삼성, 울진 LG연수원, 지역에 누가 더 도움되나?

기사승인 2020.03.14  00: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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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군세-삼성 1억원, 엘지 5억7천만원

삼성과 LG 그룹!

이 두 그룹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다.

아니 이 두 기업은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한 그야말로 글로벌기업임을 코흘리개 꼬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이 두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경제 비중은 따로 언급할 가치도 없다.두 그룹의 관계를 표현하자면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맞수.

 

두 그룹은 순서만 바뀌었지 추구하는 회사의 브랜드 전략도 비슷하다.

또 최근에 맞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정부 협력 관계도 그러하다.

이들 두 기업은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대구 경북 지역에 병상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환자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자 영덕과 울진에 있는 회사 소유 연수원을 경증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한 것.

그래서 상당수의 국민들로부터 두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연수원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삼성과 엘지!

두 그룹의 기업 논리만큼이나 영덕과 울진 두 지역 역시 맞수 관계에 있다. 대게 논쟁이 그 좋은 예이다. 20여년 전 민선자치시대가 개막되면서 울진군은 그동안 ‘영덕대게’로 알려진 대게에 대한 원산지 논쟁을 벌였다. 생산량은 울진이 더 많지만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집하장이 영덕이 되다 보니 영덕대게로 불려진 것이라고. 이후 양 지자체는 홍보, 음식개발까지 사사건건(?) 경쟁 전선을 형성했다.

 

이처럼 두 지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맞수 관계다. 심지어 도민체육대회의 축구경기에까지 양 지자체의 자존심을 걸 정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리적으로 이웃하고 있는 양 지역에 삼성과 엘지라는 국내 굴지 기업의 연수원도 나란히 들어섰다. 직선거리로 불과 10여km 정도 떨어져 있을 뿐. 둘 다 지역에서는 명산이라 불리는 칠보산과 백암산 자락 명당에 자리했다.

 

최근 이 두 기업의 연수원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코로나 사태 때문.

삼성이 먼저 정부 측에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고 제언하자 곧바로 엘지가 나서서 울진연수원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던 것.

이에 적잖은 국민들은 이들의 대범한 봉사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이들 연수원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들 기업들이 수백억원의 성금을 내고 환자들이 머물 공간을 내주는 통 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태풍 ‘미탁’으로 지역이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삼성의 위문품은 기대 이하였다는 게 해당 지자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때문에 본지에서는 이 두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영덕의 삼성인재개발원과 울진의 엘지생활연수원이 양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지방세 중심으로 알아봤다.

 

◆순서만 바뀐 비슷한 브랜드 전략

▲로고 교체

삼성은 1993년 이건희 회장 시절, 그동안 사용해 온 그룹 로고를 교체했다. 파란색 타원형 안에 영어로 ‘SAMSUNG’ 이라고 새겨진 로고가 이때 탄생한 것이다.

LG그룹은 2년 뒤인 구자경 회장 시절인 1995년 그룹 시무식에서 처음 사용했다. 36년간 사용해 온 ‘럭키금성’을 ‘LG’로 바꾼 것이다.

 

▲세계를 향한 브랜드 전략

엘지는 로고를 원안에 LG를 넣고 글자체에 웃는 얼굴을 형상화 했다. 광고도 ‘사랑해요 LG’로 따뜻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삼성은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로 일등주의를 선언했다.

이후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일등주의에서 친화적인 컨셉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고, 엘지는 ‘기술이 깊을수록 사랑입니다’라는 일등주의로 전환했다.

결국 두 그룹이 순서만 바꾸었지 비슷한 브랜드 전략을 쓴 셈이다.

 

◆삼성과 엘지, 영덕과 울진에 뭘 해 주었나?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삼성과 엘지 두 그룹은 영덕과 울진에 있는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면서 또한번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홍보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두 기업의 통 큰 기부에 연수원이 소재한 영덕과 울진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힘 있는 정부와 힘 없는 지방정부를 대하는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구분 삼성 엘지
설립 연도 2017년 1994년
규모 300실 167실
종사자 수 ??? 90명 (지역주민 60명)
연간 세금 납부액(군세) 1억 정도 2019년 5억 7천만원
시설개방(주민 이용) 여부 ??? 부분 개방
지역특산물판매장 설치 여부 ??? 설치(연간 판매액 4억 이상)

 

▲군세(2019년)-삼성 1억 정도, 엘지 5억 이상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세금납부액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는 모두 11개 세목. 이 중 취.등록세 등 6가지가 도(道)세고, 주민세와 재산세, 자동차세, 담배세, 지방소득세 등 나머지 5개가 군(郡)세다.

 

이 중 제일 비중있는 것이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토지와 건물에 부과하는 조세다. 양 연수원은 법인이므로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이 세금은 국세인 법인세의 10%에 해당해 적지 않은 액수가 될 수 있다.

‘삼성 영덕연수원’은 부지 9만 2251㎡(2만 7905.93평)에 숙소 7개 동, 교육시설 2개 동, 부대시설 1개 동 등을 갖추고 있다. 객실은 300실 규모.

엘지 울진연수원은 부지 1만2천243㎡(3710평)에 167실의 객실과 대온천장, 양식과 한식당, 실내 수영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성이 영덕군에 내는 연간 군세는 1억 내외. 삼성측과 영덕군측(양측 모두 취재에 무응답)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그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간 1억 원 정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지측은 2018년도에 1억5천만 원, 2019년도엔 5억7천만 원 정도를 울진군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의 경우 재산세가 4천여만 원, 지방소득세가 4억6천만 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 면에서 삼성에 비해 절반 정도인 엘지가 세금은 역으로 배 이상 많이 낸 것.적어도 2019년도는 그랬다.

이 차이의 원인은 지방소득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소득세는 엘지가 삼성보다 우위!

삼성연수원-전자 소유, 개발원 운영, 투트랙체제-세금 적고

엘지연수원-에스앤아이, 소유 운영, 원트랙체제-세금 많아

 

양 기업의 재산세는 토지나 건물 규모, 공시지가 등을 참고해 봤을 때 그리 차이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방소득세.

이 세금은 국세인 법인세 규모의 10%에 해당된다. 지금은 이 세금이 독립세로 세율이 조금 달라졌지만 거의 종전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 영덕연수원은 삼성전자가 소유자지만 삼성인재개발원에서 운영을 맡아 해오고 있는 투트랙 체제다.

이에 반해 엘지 울진연수원은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이하 에스앤아이)이 직접 소유와 운영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인지방소득세는 사업연도의 소득 등을 기준으로 하기에 이 법인의 법인세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가 세금액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좀 더 쉽게 말해 삼성연수원은 토지 건물주와 운영 주체가 다르다. 토지와 건물만 삼성전자 소유라서 삼성전자가 이 부분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고, 운영에 따른 세금은 인재개발원 몫이다. 인재개발원은 말 그대로 삼성 계열사 임직원 교육 등을 주로 맡고, 연수원도 직원 복지후생을 위해 이용되기에 큰 돈이 안된다. 따라서 세금을 낼 돈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엘지는 울진연수원을 에스앤아이가 직접 운영하는데다 에스앤아이가 전국에 있는 엘지 그룹 건물관리업과 건설, 레저사업까지 하기에 여기서 발생 되는 잉여금을 지역 사업장이 있는 해당 지자체에 안분 해 납부한다.

따라서 세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해 에스앤아이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전국 산하 사업장이 있는 지역 지자체에 세금으로 낸다. 엘지가 삼성보다 지역에 세금을 더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 직접 운영하면 수백억 원 이상 껑충

만약 삼성전자가 영덕연수원을 직접 운영하고 삼성전자 전체 사업장이 10개, 연간 법인세 규모가 20조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법인지방소득세가 10%니깐 2조원, 이를 다시 단순하게 10개 사업장이 모두 규모와 종업원 수가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안분한다면 영덕군에 내는 세금은 무려 2천억원이 된다는 얘기다.

위에서 언급한 동일 조건에 법인세 규모가 2조원이라면 200억원이 연간 영덕군에 세금으로 들어온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가 영덕연수원을 직접 관리 운영한다면 적어도 영덕군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엘지 울진연구원(위)과 삼성 영덕연수원(아래)

◆삼성과 엘지, 비교되는 지역협력사업

삼성은 NO, 엘지는 YES

 

영덕과 울진, 양 지역에서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엘지.

두 기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삼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일까. 다수의 영덕주민들은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반면 울진군민들은 대체로 엘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다.

 

▲시설 개방

-삼성???, 엘지는 부분 개방

영덕과 울진의 양 연수원은 두 기업의 임직원 교육 및 복리후생 차원에서 운영한다. 따라서 임직원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에 변변한(?) 여가 시설이 없는 지역 주민들로선 이 시설을 함께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설물 견학은 고사하고 출입조차도 정문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에 의해 저지된다. 정원에 들어가 사진 촬영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본지 기자가 취재차 3차례나 방문했는데도 관계자 면담이 어려웠다. 12일 본사에 전화까지 했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어떠한 연락조차 없다.

이에 반해 엘지는 주민들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지금은 지역상가 활성화 차원에서 식당 등 영업시설 이용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설 이용이 자유로웠다. 또 엘지는 지역주민들의 신년교례회나 방범대, 청년회 등 지역행사 때는 장소 무료제공은 물론 참석자들의 식사까지 무상으로 지원한다.

 

▲지역 특산물판매장 설치 및 구매 여부

-삼성???, 엘지는 YES

영덕과 울진지역 주민들의 상당수는 농어업과 산림업에 종사를 한다.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과 산림 부산물들을 연수원 식당에서 구매도 해 주고 이용자들이 사 갈 수 있도록 판매장도 설치해 주길 바라고 있다.

삼성의 경우 취재 자체가 안된 관계로 사실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별도의 지역 특산물판매장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게 영덕군청의 한 직원의 말이다.

엘지의 경우엔 사정이 정반대다. 울진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과 오징어, 젓갈 등 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매점 앞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것. 이곳에서 판매되는 액수만도 연간 4억이 넘는다. 또 식당세서 구매해 주는 지역의 농수산물 등의 식자재도 지난 해 경우 4억5천만 원에 달한다는 게 연수원 관계자의 말이다.

 

▲인력고용 지역 우대 등 그 밖의 활동

-삼성 ???, 엘지는 YES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대답이 없어 알 수가 없다.

엘지는 전체 직원수가 90명. 이중에서 60명이 울진지역 출신이다. 나머지 직원들도 가족들이 함께 이사를 와 사실상 지역 주민화 됐다고 연수원측은 밝히고 있다. 엘지는 또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업무 협약은 맺고, 직원들이 나서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집에 보일러 정비, 전기안전 점검 등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열사 임직원들이 연수원을 오가는 수단인 교통수단도 울진지역 내 관광회사와 입찰을 통해 계약하는 등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엘지 울진연수원이 이용하는 지역 관광버스 (위)와 커피숍(아래)

◆주민 반응

울진의 정범순(후포)씨는 “엘지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연수원 개방을 선언하면서 주민들과 협의 없이 한 점은 몹시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에 기업이 처해 있는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황석만(온정)씨는 “엘지가 지역의 각종 행사 때마다 장소를 무료 제공해 주거나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사회취약계층에 대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영덕군청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해 태풍 때 지원한 기부품은 20kg들이 쌀 약간과 100여개 남짓한 생활용품세트가 전부였기에 이번에 정부측에 300억 원 기부와 연수원 제공은 솔직히 삼성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삼성이 영덕에 올 때는 수목원이었고, 그래서 지역주민들과 군청이 나서서 사업승인을 얻기까지 각종 편의를 제공했었는데, 이후 연수원으로 변경되었고,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운영도 ‘그들만의 왕국’처럼 해 실망을 넘어 괘씸한 생각까지 든다. 지난 해 태풍 때는 공직사회 내에서 삼성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황이주 기자   남상소 기자   조현식 기자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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