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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평해~온정도로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2022.01.06  23: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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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판사고 상습구간인데도 나몰라라 공사 중

사람잡는 평해~온정도로 무엇이 문제인가?

빙판사고 상습구간인데도 나몰라라 공사 중

 

울진 평해와 온정을 잇는 국도 88호선은 지역주민들에겐 위험천만한 도로다.

커브 길과 그늘진 곳이 많아 겨울철 눈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빙판길로 변해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복병으로 떠오르는 도로다.

 

특히 백암온천 진입로인 온정교 입구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실제 6일에도 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처럼 인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도 블랙 아이스 상습구간에 열선 구축 하나 없는 구닥다리 불량(?)공사가 수년째 강행되고 있는데도 모두들 ‘먼 산 불 구경식’이라는 게 다수 주민들의 생각이다.

 

심지어 설계변경 공사비 140억원을 놓고도 정부 부처가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수년째 사업비가 한 푼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 공사가  외상 공사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일부 식자층들은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원 등 지역 선출직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정치적 역량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6일 오전 온정교 입구에서 사고가 난 차량의 모습-황이주 밴드 회원 제공)

◆죽음의 길 88호선

~눈비만 오면 사고, 목숨 걸고 운전해야

 

울진 평해와 온정을 잇는 88호선은 잦은 교통사고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죽음의 도로로 불린다.

특히 급경사 급커브에다 음지여서 눈비가 내리는 날이면 빙판길로 돌변하는 온정교 입구의 그야말로 마의 구간이다. 다시 말해 도로가 살짝 얼어 붙은 것을 모르고 차량이 질주하다 교통사고가 나는 블랙 아이스 사고 상습구간이다.

 

블랙 아이스는 멀리서 보면 일반 도로와 같거나 살짝 젖어 있는 정도로 투명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어붙은 빙판길로 운전자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블랙 아이스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는 14배, 눈길에 비해 6배 정도 더 미끄러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6일 오전 8시40분쯤 출근길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선형개량공사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 3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7일 오전 6시 현재 1명이 숨지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보다 앞선 시간에는 같은 지점에서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12월 중순에도 평해장에 갔다 귀가하던 60대의 한 주민이 온정교 입구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사진 설명:지난 2019년 12월 온정교 입구에서 난 교통사고 당시 모습.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차량이 심하게 부서진 모습.-황이주 밴드 회원 제공)

 

2019년 12월에도 온정교 입구 도로가 살짝 얼어 붙은 것을 모르고 차량 한 대가 질주하다 교통사고가 나 운전자가 숨지는 등 매년 겨울에만 10여 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했다.

 

◆온정교 등 주요 구간에 얼음 얼지 않는 열선 구축해야

~현재 사고 예방 대책 전혀 없이 공사 강행

 

온정교 입구 구간은 무엇보다도 도로 자체가 얼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더 중요하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에는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런데도 온정교 인구는 물론 평해~온정 전체구간에 이 열선 구축이 전혀 안된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포커스경북 등 언론들이 사고가 날 때마다 ‘블랙 아이스 빈발 지역에 대해 경고 표지판 설치 및 열선 구축 등 근본적인 방지 대책을 마련해 군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는데 얼마 전 다리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통시키기까지 달리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이런 것도 시정보완을 하지 않은 채 도로만 직선으로 뚫으놓으면 과속 질주로 사고는 더 많이 날 것”이라며 걱정했다.

(사진설명: 폭설 시 차량통행이 어려워 제설 작업에 한계가 있는 관내 도로를 중심으로 열선시스템을 설치한 서울 성북구의 한 도로. 성북구는 노약자, 초등학생 등 보행약자가 주로 통행하는 경사로에 도로 열선시스템을 확대 설치를 검토해 겨울철 강설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

(사진 설명-열선 시스템이 구축된 서울 금천구 급하로 급경사 구간. 폭설이 내려도 도로가 얼지 않아 차량 사고 위험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갈팡질팡 노선 선정

국토부 산하 부산국토청이 온정면 선구리에서 평해읍 평해리를 잇는 국도 88호선 직선화 사업을 본격 추진한 것은 2017년 9월.

2023년 8월까지 666억 원을 들여 직선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청이 2014년 2월 기본설계 실시 용역에 들어가자 2015년 5월 온정면의 일부 주민들과 특정 문중이 나서 “광품리 구간은 마을 앞을 지나가는 현재 노선대로 시공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5년 8월 부산청이 이를 받아들여 설계노선으로 확정하자 그 해 9월 온정면 이장협의회 등이 나서 광품리 구간에 터널 2개를 뚫는 등 직선화해 달라는 안을 건의했고, 2016년 1월에는 평해와 후포, 기성, 온정 등 울진남부 4개읍면의 다수 주민들이 직선화를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지만 부산청은 끝내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2017년 9월 공사에 착수했다.

 

이 노선 결정에는 특정 문중과 관련이 있는 강원도의 힘 있는 모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2018년 2월 울진남부비상대책위가 구성이 되면서 직선화를 다시 강하게 요구하자 2019년 4월 마침내 부산청이 이를 수용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불량(?) 투성이 공사

1.외상 공사

 

우선 문제는 공사비다.

당초 발주 금액은 666억원 정도였으나 국토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개의 터널을 뚫는 등 직선화 할 경우 공사비가 139억원이 더 소요돼 총 사업비가 805억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 증액된 공사비를 기재부가 지원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논란의 광품 구간에 터널을 뚫는 등 직선화할 경우 기존 도로보다 500m 정도 줄어들며, 시간도 60km로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겨우 24초 단축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추가 예산 확보 없이 국토부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외상 공사다. 공사가 끝나면 기재부도 별수 없이 돈을 내놓을 것이란 계산이다.

한 주민은 “정치권이 정말 개판이다. 비약적인 논리로 주택을 짓는데 남편은 2층 집을 짓겠다고 공사에 나섰고,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아내는 돈이 없어 1층 값만 주겠다는 상황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2.부산청과 국토부의 안일한 행정?

 

부산청의 직선화 결정은 19년 4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이다.

 

20년과 21년 2년 동안 네 차례 정부의 당초 예산과 추경 예산에 전혀 편성을 못 시켰다는 얘기다. 22년 당초 예산도 마찬가지다.

 

이에 주민들은 “부산청과 국토부가 공사비 증가에 대한 예산 반영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고 질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도록 국회의원은 뭐 했냐는 질책도 아눌러 나오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숙제

~뒤늦었지만 예산 확보에 나서야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21년 3월 19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예산 확보 투쟁에 나섰다.

(사진설명:지난 해 3월 주민들이 내 건 현수막의 모습-황이주 밴드 회원 제공)

당시 평해~온정 구간에는 “88국도 졸속행정 기재부는 각성하라”, “88국도 꼬부랑길 추경 확보하라”, “가덕도는 가능하고, 88국도는 불가능인가”, “88국도 직선화 그날까지 투쟁한다”, “국토청은 뒷짐지고 구경말고 88 도로 직선화에 동참하라” 는 등의 현수막이 수십개나 내걸렸다.

하지만 지금껏 한 푼의 추가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국회의원의 역할론을 역설했다.

이 주민은 “신규사업도 아니고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공사비를 안 줄 방법이 있느냐. 그런 만큼 국회의원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주민은 또 “더 나아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마의 구간인 온정교 입구 구간에는 군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로에 얼음이 얼지 않도록 열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국회의원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인숙 donghaean-n@naver.com

<저작권자 © 포커스경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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